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음성듣기
  • 크게 깨닫지 못하고 마음씀이 옹졸하거늘
  • 상제님께서 전주 백운정(白雲亭)에 잠시 머무르실 때 마침 그 마을 총각이 장가를 들었는데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되돌아온지라
  • 그 연유를 들어본즉, 신랑이 신방 밖으로 나오니 중이 송낙을 쓰고 담 밖에 서서 울안을 엿보고 있거늘
  • 다짜고짜 신부에게 “중놈과 정을 통하다가 시집을 오니 망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?” 하며 소박을 놓고 돌아온 것이더라.
  • 상제님께서 이를 들으시고 “신부의 포한을 누가 풀어 주겠느냐?” 하시고
  • 신랑을 불러 이르시기를 “쥐가 하는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도 있거늘 그리 멍청해서 무엇 하겠느냐? 오늘밤에 신부의 집 뒤안으로 가 보아라.” 하시거늘
  • 신랑이 가서 보매 담 위에 탐스러운 박이 열렸는데, 떨어질세라 작대기를 받쳐둔 박 위에 잎사귀가 씌워져 있는 모습이 달빛에 비쳐 영락없이 송낙을 쓴 중 같더라.
  • 이에 그 부부가 정성스럽게 옷 한 벌을 해 드리며 좀더 머무르시기를 간청하나 신랑의 행동을 보니 마음씀이 옹졸하거늘
  • 말씀하시기를 “왕대 밭에 왕대 나고 시누대 밭에 시누대 나느니라.
  • 네놈 근본이 잘아서 굵게 못 쓰니 크게 먹지는 못하겠구나!” 하시고 길을 떠나시니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3:105)




  • 1절 105:1 백운정. 전주시 완산칠봉 자락에 있던 정자. 현감 백치언(白致彦)이 세웠으나 허물어져 그의 증손인 백남신이 중건하였다. 그 후 다시 없어져 터만 남았다가 지금은 절이 들어서 있다.
  • 2절 105:2 송낙. 소나무의 겨우살이를 엮어 만든 여승의 모자. 송라립(松蘿笠)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