.
음성듣기
  • 엎드려 재차 간청하매
  • 공신이 농바우 주막에 당도하니 상제님께서 성도 네댓 명과 함께 주막 앞 모정에서 쉬고 계시거늘
  • 이 때 상제님께서는 공사를 행하시며 이곳에서 사흘을 머물고 계신 중이더라.
  • 공신이 모정에 들어가 “실례합니다.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.” 하니
  • 상제님께서 “아, 쉬려면 올라와서 쉬지, 그럼.” 하시며 주모를 불러 “여기 술 한 상 차려 오라.” 하시는데
  • 공신이 상제님을 뵈니 둥그런 용안에 환한 기운이 가득하여 단번에 선생님인 줄을 알겠더라.
  • 이 때 상제님께서 한쪽에 앉아 계시고 성도들이 옆에 앉아 술을 마시는데 그 주고받는 얘기를 들어 보니
  • 나이 든 성도들이 젊은 상제님께 존대를 하고 상제님은 그들에게 하대를 하시는지라
  • 공신이 속으로 ‘저렇게 나잇살이나 먹은 노인들이 존대를 하고 저 양반은 반말하는 걸 보니 틀림없구나.’ 생각하고
  • 대뜸 상제님 앞으로 가서 넙죽 엎드리며 “(願)이 제자 하겠습니다.” 하고 인사를 하니라.
  • 10 이에 상제님께서 반가워하시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호령하시기를 “이놈, 고얀 놈! 이런 고얀 놈 봤나. 이놈이 순전히 동학꾼이로구나.” 하시거늘
  • 11 공신이 엎드린 채 거듭 제자가 되기를 간청하나 아무 말씀도 없으시니라.
  • 12 한참 후에 상제님께서 다시 술상을 보라 하시어 먼저 한 잔을 드신 다음 주모를 시켜 공신에게 술을 따라 주게 하시거늘
  • 13 공신이 여쭈기를 “아이고, 제가 대접을 해야지 어떻게 선생님 술을 받을 수가 있습니까?” 하니
  • 14 말씀하시기를 “어, 이놈 보소. 한 잔 먹고 네가 나를 두 잔 받아 주면 쓸 것 아니냐.” 하시니라.
  • 15 공신이 생각하니 옳은 말씀인지라 그 술을 받아 마시고 주모를 불러 술을 사려 하는데 상제님께서 행장을 챙기시고 “이제 그만 가자.” 하며 일어서시니라.
  • 16 이로부터 공신이 상제님을 따르니 공신의 나이는 29세더라.
  • 17 이 때 심부름 다니러 온 복남이 공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늘 공신은 장성한 복남을 알아보지 못하니라.
  • 공신이 뵌 상제님의 면모
  • 18 공신이 상제님 일행에 끼어 박장근(朴壯根)의 주막에서 함께 지내는데
  • 19 모시면서 보니 항상 상제님의 머리 위로 청광(淸光)이 나와 공중으로 큰 기둥처럼 뻗쳐 있고
  • 20 방에 드시면 청광이 지붕을 뚫고 올라 비가 오거나 구름 낀 날에도 운무(雲霧)가 그 기운을 가리지 못하거늘
  • 21 공신이 이를 신이하게 여겨 다른 성도들에게 물어 보니 “늘 보아 오던 바라.” 하더라.

  • (증산도 道典 3:204)




  • 9절 204:9 원(願)이 제자 하겠습니다. 본래 동학군이 전명숙 장군을 처음 만나 인사할 때 하는 말로 동학 신도들 사이에 두루 쓰였고, 구도자의 관행이 되었다. 공신이 이를 답습하자 상제님께서 그 정신을 꾸짖어 경계하신 것이다.
  • 18절 204:18 박장근(朴壯根, 1856∼?). 본관 고령(高靈). 동학을 신봉하다가 상제님의 성예를 듣고 추종. 순창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다.